느즈막히 오후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다가
어제 빌린 만화책 한권을 집어들고 어슬렁 집을 나섰다.
목도리에 코트까지 중무장하고나니 겨울바람도 그닥 춥지 않았다.

투표장소에 들어서서 주민등록증을 내밀고 몇가지 과정을 거쳐
투표용지를 받아 들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이 한표가 무슨 의미를 갖게 될까. 의미가 있긴 한걸까.
기표소 안으로 들어서서 도장을 집어들고 얼마간을 고민했다.
내 머리속은 아직도 두명의 후보중에 택일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 소신껏 한사람의 이름옆에 도장을 꾹 하고 누르고 반으로 접어
투표함에 집어 넣었다.

그순간만큼은 천근의 짐을 덜어버린 것 같았다.
내 표가 죽은 표가 될 수 도 있고, 또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다.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투표를 하게 될지는 짐작이 안가지만,
내게 두번째 투표이자, 첫번째 대통령선거는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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