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일상다반사] 2009. 8. 4. 14:47


집에 오는데 날씨도 덥고 몸은 축축 늘어지고, 동생이 띵동거리면서 피아노 치는 소리가 그렇게 거슬릴 수가 없더군. 졸라 신경질이란 신경질은 다내면서 투덜투덜 대고.

그러다가 다시 걸어가는 길에 내가 왜 신경질이 났는지 알게됐다.

되지도 않는 자신감, 되지도 않을 자격지심.
지치고 화가 난다. 왜 내가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왜 여기서 이렇게 짜증이 나야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쉽게 가라면 쉽게 갈 수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걸 갈 수 없어서 이렇게 된건가 원망도 들고.

아. 역시 본질보다는 그 본질주변에 있는 것들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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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 기분이 이런걸까. 뭐 인생이 꼭 내맘대로 흘러가기만 하겠냐만은 영 맘대로 되지가 않는다. 누구들 처럼 애매한 말투와 애매한 단어로 글을 쓰기는 쉽다. 나는 뭘 아는데 어쩌구 저쩌구. 아아 사람에게 지치는게 가장 정신적인 데미지가 큰 건데 지금 정신이 너덜너덜해져있는 것 같다. 날씨보다 나를 더 지치게 하다니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내가 많은 것을 바라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 시간과 돈과 애정까지 쏟아부어가면서 지금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건 내 성격이 좀 외곬수 적이기도 하고. 좀 더 쉬운 길이 있는데 미친 길로 걸어가고 있는 날 잘 알고 있다.


2.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노력을 안하는 나 자신에게 좀 짜증이 난다. 그냥저냥 포맷은 할 수 있는 정도지만 포샵이나 프리미어, 나모에 대해서는 아직도 꽝이다. 아직도 나에겐 저것들이 절실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절실하면 우물을 파겠지.


3.
무슨 생각인건지. 과연 선택이 맞는 건지는 시간만이 대답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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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골방에 틀어박혀서 일하는 것도 며칠간 더 해야할 것 같다. 퀴퀴한 종이 오래된 냄새가 이젠 슬슬 익숙해 지고 있다. 같이 일하는 오빠와 서로 상의하에(ㅋㅋㅋ) 못다한 아침잠을 자는 것도 매력적이다.
여러모로 땡보라는 사실에는 동의함.


2.
영생이는 콘써트 연습은 잘 하고 있는거니. 궁금한 건 그것 하나 뿐이다. 뭐 별밤에 곧 나오겠지만 나올때까지 나는 무슨 떡밥으로 살라고? 빌빌대는 통장잔고를 박박 긁어서라도 DVD를 구매해야하는 건지 요 근래 매일매일 고민중이다. 아아 왜 난 로또가 안되는 거지?


3.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오래된 친구들과 아이맥스로 봤다. 아이맥스가 끝났다는 X표시가 뜨고도 그 장면만 빼고 보라는건가? 싶어서 아이맥스 안경을 끼고 있다가 나중에 다들 내려놨길래 아하 하고 내려놨다. 그 짧은(심지어 퀴디치도 아니고) 장면을 보려고 비싼 가격을 지불한 걸 생각하니 왠지 속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오랜만에 본것같지 않은 존재의 친구들과의 시간은 참 좋았다. 여러모로 사는 세상이 달라졌다 싶기도 하고. 아마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건 역시 친구라는 존재때문이 큰 것 같다. 어릴때는 다 같은 면적의 책상 한켠 차지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달라지는 현실이라는 게 좀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도 꼭 다같이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들게하는 친구가 있는 인생이라 행복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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